고독한 단벌신사(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소개하는 SSC 연재물로써, 원덕현 디렉터가 직접 단벌 착장을 입고 평상시에 좋아하는 공간 혹은 가고 싶었던 공간을 직접 방문하여 그의 일상을 소소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카테고리와 지역, 인물 등 상관없이 골고루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열여덟 번째 고독한 단벌신사를 시작하겠습니다.


 

 

PROLOGUE

이번에는 10년이 넘도록 독립출판 서적을 다루고 관련된 문화를 안착시키고자 노력하는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유어 마인드(YOUR-MIND)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해외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독립서점을 반드시 가는 편인데요. 뉴욕, 도쿄, 파리, 런던 등 각 독립서점을 가면 그 로컬의 숨은 고수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유명한 갤러리보다 더 한 영감을 주고, 더한 동기부여를 주기도 하는데요. 10년 전보다 지금이 로컬 및 서브컬처와 메인 컬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고 그만큼 로컬 문화가 경쟁력이 점점 높아지는 흐름이 개인적으로 매우 좋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유어 마인드(YOUR-MIND)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외로운 두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고독한 단벌신사 (이하, 고단신) : 안녕하세요 대표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어마인드 이로 대표 (이하, 이로 대표) : 안녕하세요. 저는 독립출판서점 유어마인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로’라고 합니다. 유어마인드는 2009년에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고요. 현재는 온, 오프라인 서점 운영 외에도 아트북페어 주최나 출판사 운영 등 독립 출판과 관련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서교동에서 7년, 터를 옮겨 연희동에서 운영한지는 4-5년 정도 됐고요. 유어마인드는 보통 ‘독립 출판’이라 불리는 작가들의 작업물, 인쇄물, 출판물들을 판매하는 서점입니다. 

 

고단신 : ‘독립출판서점’을 오픈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이로 대표 : 현재 ‘원모어백’이라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모모미씨와 부부 사이인데, 처음 둘이 유어마인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유어마인드를 시작하기 전엔 저희도 독립 출판물을 만들던 작가였어요. 책을 만든 후 이 책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이었고요. 북 카페에 저희가 쓴 책을 납품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북 카페는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기보단 책을 열람하며 음료를 마시는 곳이기도 하고, 또 작은 서점의 일부 섹션으로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대형 출판사를 통해 워낙 잘 만들어진 책들이 꽂혀있는 서점에서 저희의 출판물은 뭐랄까, ‘잘’ 만들어진 책들과 동등한 선에서 비교할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료라든지, 대형 출판사에서 만들어진 튼튼한 책 들이라든지 와 비교되지 않고 온전히 우리의 창작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우리 같은 작가들의 책이 판매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이런 서적, 독립출판물만 유통하는 서점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 계기였고요. 사업적 수완이나 방향이 보였다기보단 ‘우리가 만드는 것을 잘 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포인트에서 ‘독립 출판물만 판매하는 서점’을 떠올렸어요. 저희 책만 파는 브랜드숍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결국엔 우리의 책이 궁금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궁극적으로는 매력적이지 않을 것 같았어요. 소자본으로 소량의 책을 만들었는데 이것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작가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런 작가들의 책들을 최대한으로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단신 : 유어마인드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국내에 독립서점 자체도 적었고, 이 개념 자체가 낯설었을 텐데 헤쳐나가야 했던 것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이로 대표 : 어려움과 헤쳐나가야 하는 것들 밖에 없었어요. 어떤 부분은 일부 받아들여지고,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 일정 부분에 대해서 노력을 하면 개선을 할 수 있을 텐데 그게 아니라 초반 몇 년 간은 ‘독립출판물? 그게 뭐예요?’라는 질문에 계속 휩싸여 있었어요. 비교적 인식이 자리를 잡은 독립영화, 독립음악까지는 알겠는데 독립출판은 뭐지 하는 호기심,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들이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더라고요. 조금씩 저희가 소개하는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저변이 확대되고, 그 작가들 중에서도 더 목소리가 큰, 영향력이 커 널리 알릴 수 있는 브랜드가 생기고 하면서 자연스레 독립 출판물이라는 낯설고 어색하고 거리를 두고 싶었던 키워드가 출판의 일부, 활용법, 응용법 정도로 자연스레 받아들여진 것 같아요. 독립 출판이 특별한 키워드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 게 5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그 이후부터는 ‘저희가 소개하는 책들이 어떤 매력이 있냐면요’라고 전체를 이야기하기보단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각각의 책들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소개할 수 있게 되었어요.

 

 

 

 

 

 

 

 

고단신 : 슬로우스테디클럽도 비슷한 방향으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블랭코프'라는 개인 독립 브랜드로 시작했고, 온라인으로만 전개하기에 브랜드 스토리를 풀어내긴 역부족이고, 또 말씀하신 대로 브랜드숍을 내자니 하나의 브랜드로 스토리텔링을 하기보다는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다양한 스토리를 전개하는 브랜드를 함께 소개하고 싶었기에 셀렉트숍을 오픈한 거거든요. 고생과 어려움만 기억난다고 하셨는데 그 과정을 통해 버텼고, 지금까지 생존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로 대표 : 네 맞아요. 사람들의 시선이랄까요? 손님들 역시 독립출판에 대한 호불호의 영역이 이전에는 매우 좁았던 것 같아요. 독립출판 ‘좋아’ 혹은 ‘싫어'로요. 이를테면 독립출판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서점에서 사는 것보다 더 많은 책을 사보겠어!’하는 반응이고, 싫어하는 사람은 무슨 책이 나오든 아예 관심이 없는 매우 극단적인 양상이었달까요? 현재는 독립출판 역시 출판 중 하나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며 호불호의 영역 자체가 넓어졌다고 생각이 들어요. 저희로선 이런 변화 자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아요. 독립출판 전반에 대한 불호가 커지는 상황이라면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울 텐데 그게 아닌, 이 안에 구체적인 키워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발전의 여지가 있는거잖아요.

 

 

 

 

 

 

 

 

고단신 : ‘유머마인드'라는 네이밍을 짓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로 대표 : 이름에 책을 연상시키는 단어를 넣지 않는 것이 기준이었어요. 북, 북스, 서림, 서가, 책방, 서점 같은 단어들이요. 듣자마자 그 가게의 정체성을 알게 될, 무엇을 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요. 좀 더 궁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고요. 또 출판이라는 매개체 속에 음반, 활동 등 전혀 다른 무언가가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두기 위해 ‘책’이라는 단어에 가둬놓고 싶지 않았어요. 조금 더 포괄적인 이름을 지어야 저희가 하고 싶은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번째는 일부 셀렉트숍의 셀렉션이 에디터의 취향이나 방향에 너무 몰두되어 있을 때 느껴지는 멋진 아우라 혹은 에너지나 퀄리티 그 이면에 마이 마인드, 마이 셀렉션, 마이 테이스트에 집중되어 고립된 느낌도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일부 의류 셀렉트숍에 가면 들어감과 동시에 그 숍의 테이스트를 기준으로 저 손님은 살 거야, 사지 않을 거야에 대한 판단이 나의 패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있어요. 손님 입장에선 일종의 탈락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유어마인드’ 역시 운영의 주체인 저희의 취향대로 셀렉트는 하겠지만 마이 마인드, 마이 셀렉션, 마이 테이스트에 고립되지 않는, 외부로 펼쳐지는 이름을 지어야 스스로 우리 이름을 부를 때 그때의 그 감정을 되새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유어마인드’라고 지었어요.

 

아, 한 가지 웃긴 일화가 있는데, 몇 년 전 일본 여행길에 우연히 서점을 지나치는데 상호가 무슨 마인드 더라고요. 동질감에 확 이끌려 들어가려다 분위기를 보니 심령, 종교, 소울, 컬트 이런 주제의 책을 다루는 책방이었어요. (웃음) 아, 마인드가 이렇게도 받아들여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고단신 : 동그라미 속 집 모양의 로고가 인상적인데 이에 담긴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로 대표 : 서교동 유어마인드엔 벽 한편에 이전 로고 모양의 공간이 있었어요. 평면적인 집 모양의 공간이었는데, 그 공간대로 책장을 세우고 로고를 만들어 이미지를 쭉 사용해오다가 연희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죠. 연희동 유어마인드엔 로고 모양의 공간이 없거든요. 저희가 이동해 온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손님이 아니라면 숍의 이미지와 로고가 이어지지 않는, 의아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그때의 로고를 계승하되 응용을 해보자는 생각에 수정해서 입체적인 공간을 표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단신 : 이사 전과 후, 유어마인드 셀렉션의 카테고리나 규모에 변화가 있었나요?

 

이로 대표 :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단순히 지역을 옮기고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으로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재미있었어요. 서교동, 홍대 앞에 있을 때는 ‘홍대’라는 키워드에 저희도 기여하고 부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발한 책,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길 강하게 이야기하는 책, 뾰족한 책, 러프한 책 이런 느낌의 책들을 위주로 유통을 해왔어요. 서교동을 방문하는 분들의 성향을 반영하고 싶었달까요.

 

연희동으로 옮겨와서부터는 공간의 전반적인 규모가 줄기도 줄었거니와 그래서 조금 더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위해 공간 자체를 저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테리어 작업을 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책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중점에 두었기 때문에 연희동은 서교동과 비교해 조금은 부드러운 느낌의 책방이 된 것 같아요. 공간이 생각보다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또 환경에 따라 이 곳을 방문해주시는 손님들의 성향이나 그 분들의 행동 패턴, 기대 등이 다르다는 점을 학습하게 되었죠. 

 

 

 

 

 

 

 

 

고단신 : 현재의 연희동 ‘은는'에 터를 잡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이로 대표 : ‘은는'은 주택 공간을 분할해서 서로 다른 카테고리이지만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는 일종의 멀티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 임태병 건축가가 직접 한 팀 한 팀 섭외했고요. 그렇게 전혀 일면식이 없는 상태에서 지금 이 공간을 사용하는 팀들을 만나게 되었죠. ‘은는'은 조사로서 -은, 는의 의미도 있고 등호(=)의 의미도 있다고 해요. 연희동은- 이런 의미도 있고, 등호(=)로서 이어주는 연관적인 의미도 있고요. 5년 전 초반에 구성된 멤버들과 쭉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고단신 : 연희동 어떠세요?

 

이로 대표 : 저희는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분위기도 좋고.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단점도 있기는 한데요. 산책하고 싶고, 점심 식사를 하고 싶은 동네 같아요. 저녁 말고 점심. (웃음)

 

고단신 : 연희동으로 터를 옮겼던 5년 전에 비해 이 동네도 많이 발전되었잖아요. 그러면서 오는 소비자층의 변화도 있을까요?

 

이로 대표 : 글쎄요. 바로 옆 연남동의 개발 속도에 비하면 굉장히 느리고 또 적은 편이에요. 연남동과 이어져있긴 하지만 큰 대로를 기점으로 완전히 나뉘어 있긴 하거든요. 연희동은 어떤 팀이 활동하고 또 다른 누군가가 시너지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인 것 같아요. 부동산에서 연희동은 바깥 대로보다 안쪽 골목이 유동인구가 더 많다고 하거든요. 작은 공간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활달한 분위기랄까요? 대로가 활성화된다면 큰 자본과 큰 규모로 발달하겠지만 지금의 연희동은 딱 적당한 느낌인 것 같아요. 너무 붐빈다거나 하지 않아서 오히려 좋아요. 

 

 

 

 

 

 

 

 

고단신 : 셀렉트숍으로서 유어마인드만의 기준이 있나요?

 

이로 대표 : 독립 출판물로 불릴 수 있는 소규모의, 소자본의, 소량으로 만들어진 책들을 위주로 유통하자는 것이 저희 기준이고요. 서교동 유어마인드 시절엔 디테일하게 고르다 보면 판매할 서적이 없었어요. 오프라인 서점을 2010년에 오픈했는데 오픈한 날 손님들이 와서 ‘진짜 책이 없네요’라고 했던 웃지 못할 일화도 있어요. 그래서 서교동에선 최대한도까지 책을 모아보려고 노력했었어요. 신이 커지고 작가들이 늘어나고 방향성과 취향도 다양해지면서는 시각적인 면들, 예를 들어 일러스트, 사진, 디자인물을 좀 더 강조하려고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일반 서적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거나 기획이 특별하다거나 디자인이 좀 더 다르다거나 한 책들요. 대형 출판사에서 가지고 있는 출판의 기준, 문법, 논리들이 분명 있는데 그 논리들과 좀 다른 논리로서 만들어진 책들을 판매하려고 하고 있죠. 그렇게 추려도 사실 이제는 그 범위가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그중에서도 한 번 더 이미지 위주의 책들을 셀렉트 하여 유통하려고 합니다. 

 

고단신 : 국내, 해외 작가의 구성은 어느 정도의 비율로 셀렉트 하시나요?

 

이로 대표 : 국내가 거의 90프로 이상인 것 같아요. 해외 작가 비율을 50프로까지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10프로가 적당한 선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해외 작가들과 거래하는 법은 국내 작가와 거래하는 법과 완전히 다르거든요. 주고받는 언어 자체도 다르고 지불하는 방법도 다르고요. 완전히 양분되어 있어서 운영 관리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쓰이더라고요. 저희가 정말 소비하고 싶은 책, 음반들 위주로만 하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국내 작가 위주로 소개하는 게 현재로선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아주 공격적이지 못할 거면 지금처럼 차라리 소극적으로 하되 제대로 하자! 주의에요.

 

 

 

 

 

 

 

 

고단신 : 독립 출판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로 대표 : 작가 스스로도 완벽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 고군분투하여 만들어낸 최종 결과물이 독자들 역시 완벽하지 않은 것을 알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모든 측면에서 장점밖에 없는 책은 독립 출판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대형 출판사에서 만들어지는 책들은 분야별로 각각의 담당이 있어서 프로페셔널한 각자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하나의 훌륭한 결과물을 향해 달려간다고 하면, 독립 출판물은 자본 또는 기술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표현했을 때,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 가져오는 결과물이 완벽한 책들보다 분명히 매력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거죠. 디자인이나 인쇄 방식, 사이즈, 교정, 교열 등이 특별한 소수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가치가 분명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단신 : 맞아요. 독립 출판물에서 제가 감동받는 포인트도 같아요. 작가가 현실화 가능한 범위 안에서 기성품으로 커스터마이징하여 생기는 아이디어는 자본, 기술만으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고단신 : 독립출판은 출판사 혹은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기획, 인쇄, 출판, 유통까지 본인이 책임지는 과정이잖아요. 간혹 *ISBN을 등록하느냐 안 하느냐를 독립 출판물의 기준으로 볼 수 있나요?

 

이로 대표 : ISBN은 단순히 숫자, 코드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준으로 ISBN은 없지만 독립출판으로 보긴 어려운 책도 있고 반대로 ISBN이 있어도 독립출판의 성향을 가진 책도 있어서요. 그렇게 보는 분들도 있을 수 있죠. 그 생각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은 하는데요. 다만 무언가 완벽하게 명분화된 규칙을 정해버리면 규칙을 깨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상황이 되면 제 가치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해서 규칙은 없되 일관성은 느껴지도록 자의적으로 판단하려고 해요. 일관성에 너무 도취되어 약간의 다른 면모가 있는 책을 판매하는 일을 꺼려 하게 된다면 그건 사실 일관성이 지켜진다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죽어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ISBN : 국제 표준 도서 번호(Internatinal Standard Book Number), 도서에 발행하는 국제적 표준 번호로 각 도서에 개별적인 고유 번호를 부여하여 도서 정보 및 유통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함)


 

2019, Unlimited Edition 11
2021, Unlimited Edition 13

 

 

고단신 : 서점으로서의 역할 외에 다양한 외적인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이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이로 대표 :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매년 운영하고 있는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이라는 아트북페어가 있습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오프라인 서점을 오픈하기 전부터 먼저 시작했던 이벤트였는데요. 2009년 겨울 서교동의 작은 갤러리에서 30팀 정도 모여 자신이 만든 책을 파는 마켓으로 시작했어요. 

 

독자들이 그동안 일반적인 서점에서 접해온 책들은 대부분 말하고자 하는 바가 띠지를 통해 한 문장으로 명확히 정리가 되어있다거나, 유명 인사의 추천사를 통해 읽어보고 싶어지는 식의 어떤 홍보적인 장치들이 존재하거든요. 책 한 권 자체가 내용이면서, 홍보 채널이면서, 이것을 안심하고 사도 된다는 어떤 장치로서의 역할을 해왔어요.

 

반면에 유어마인드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책들은 독자들에게 일반적인 기호나 툴로서 친절하게 접근할만한 책은 아니에요. 이 책의 작가가 누구인지,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인지 표지만 봐서는 알 수 없고 심지어 일부는 제목조차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면 직접 펴보고 읽어보고, 이해하려 하는 독자의 능동적인 행동이 전제되어야 하는 책들이 부지기수에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치가 없다 뿐인 거죠. 

 

그런 측면 때문에 독립 출판물에 거리를 둔다거나, 자칫 불친절하다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다 같이 모여 작가가 직접 판매하는 공간이 있다면 거리감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작가와 독자 1:1의 시장을 만들면 소통의 장이 되지 않을까 하고요. 그렇게 시작했던 행사가 감사하게도 매해 조금씩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오프라인 행사는 2만 1천 명 정도의 방문객이 참여한 행사로 성장했어요. 독립출판물, 서점의 성장 속도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1:1로 대면하여 대화하고 책을 주고받는 등의 거리감을 깨기 위해 하는 행위들이 사실은 코로나 팬데믹 중엔 방역 상 위험할 수 있는 이벤트라서 작년은 온라인으로만 진행을 했었고요. 올해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외에는 유어마인드라는 편집매장을 운영하면서 이 공간에 무언가가 더 있으면 좋겠는데, 그것을 못 찾겠으면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혹은 특정 작가나 디자이너에게 제안을 하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출판도 하고 있고, 개인 작가로서 책을 쓰는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또 예전엔 유어마인드에서 원모어백이라는 이름으로 천가방도 함께 판매했었는데 원모어백 규모가 좀 더 커져서 서촌에 별도 매장을 내어 분리 운영 중에 있습니다.

 

 

 

 

 

 


 

고단신 :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해 주셨는데, 유어마인드에서 단독으로 주최하는 행사인가요?

 

이로 대표 : 핵심적인 운영 주최는 유어마인드로 저희가 직접 컨트롤하고 있고요. 사실 직전 행사 방문객이었던 2만 명이라는 숫자는 유어마인드의 연간 방문객 수보다 많아요. 그 부분에서 저희가 독자적으로 운영했을 때 생기는 문제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서 기획단이라고 부르는 소수의 팀을 구성하여 행사의 전반적인 방향에 대해 상의하고 조율하고 있습니다. 

 

고단신 :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릴리즈하는 행사인가요?

 

이로 대표 : 네 오프라인 행사에서 일종의 기준이었어요. 새로운 작업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이것을 독자들이 대면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공감대가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설정으로 생기는 리스크도 분명 있겠지만 신작을 발표하는 자리였으면 좋겠다는 기준이 있습니다.

 

고단신 : 올해로 13번째를 맞이한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대한 예고를 해주신다면?

 

이로 대표 : 제가 생각하기에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있어 올해가 가장 도전적인 해인 것 같아요. 그동안 해왔던 오프라인의 방식으로는 2021년 역시 진행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2020년의 12번째 행사는 방역 지침 준수라는 윤리적인 판단과 동시에 온라인 행사마저 안 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했다는, 이 행사를 지속했음에 대한 뿌듯함, 칭찬이 섞여있는 해였어요. 2021년 13번째 행사는 그 중간 어느 지점에 놓여있는 느낌이랄까요. 비대면이 활성화되며 오히려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호기심이 근 1년 사이 짧은 순간에 질린 느낌도 없지 않아 있어서 축소된 느낌으로 온,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규모로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고단신 : 올해도 어떻게 보면 첫 번째 도전인 셈이네요. 

 

이로 대표 : 네. 달라진 시대에 적응하는 방법 중 하나죠. (웃음)

 

 

 

 

 

 

 

 

고단신 : ‘책'의 자리를 ‘e-book’이 대체할 수 있다, 없다에 대한 끊임없는 담론이 오가는 시점에 ‘책'을 매개체로 하는 서점으로서의 유어마인드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이로 대표 : 결국 e-book이든, 종이책이든 두 존재 모두 적당하게 생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종이책이 e-book을 압도해서 e-book이 사양길에 접어선 다거나 하는 일은 반대로도 없을 것 같고요. 전 두 형태의 책을 모두 소비하는 사람이거든요. 결국엔 둘 다 필요해요. 극단적인 판단을 하기는 불가하다고 생각해요. 극장에서 보는 영화도 있고 넷플릭스에서 보는 영화도 있잖아요. 이 질문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에겐 반드시 종이책으로 소장해야 하는 책이 존재하고 반대로 e-book으로 소장해도 되는 책이 존재하거든요. e-book이 처음 나왔을 때의 우려와 달리 현재 종이책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줄어들지도 않았고요. 내 손에 쥐고 있고 소장하고 있다는 감흥을 e-book으로는 대체하기 불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종이책 자체가 지금의 지위를 잃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둘 모두 경쟁하고 보완하면서 나아가지 않을까요? 독립출판에서는 더군다나 물성의 소장에 대한 욕구, 나아가 작가에 대한 지지는 물체로서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e-book이 존재하더라도 호응의 정도는 직접 와서 직접 보고 직접 사는것을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구매해서 사진 찍고 싶고, SNS에 올리고 싶고, 태그하고 싶고, 당신이 만든 결과물을 내 공간에서 소장하고 싶다는 의견 표출을 e-book은 하기 어렵잖아요. ‘굿즈’라는 단어의 개념을 가져와서, 저는 종이책 역시 굿즈의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이 조건 없이 훌륭하고 또 무거운 반면 굿즈는 그걸 소비하기 위한 상업적 부산물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어떤 것을 어떤 입체로 만들어낼 것인지 그 맥락이 중요하지 텍스트와 책이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고 이미지와 굿즈가 늘 이에 못미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서점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흥미로운 입체’를 판매하고 싶은 공간인 것 같아요.

 

고단신 : 굿즈이기 때문에 e-book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게 일맥상통한 것 같아요. ‘굿즈’로서 다가가게 된다면 소유하고 싶다는 욕구가 전제로 들어가잖아요. 십분 공감하는 표현입니다.

 

이로 대표 : 네. 그렇다고 독립출판물, 책을 평가절하하는 의미는 아니고요. 굿즈라는 표현 자체의 의미를 좀 더 넓히자는 거죠.

 

 

 

 

 

 

 

 

고단신 : 유어마인드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이로 대표 : 단기적인 안목에서 그 해 그 해의 계획 정도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확장하고 하는 정도의 생각은 못 해요 사실. 독립 출판물을 판매한다는 것이 대단한 목표를 향해 갈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의 산업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현 상황을 잘 유지하고 싶어요. 

 

고단신 : 이로 대표님의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요?

 

이로 대표 : 글을 쓰는 걸 꿈으로 간직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 살을 붙여가며 유어마인드라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지 독립서점을 할 거야! 행사를 할 거야!라는 디테일한 플랜을 가지고 접근하진 않았었거든요. 목표나 꿈이라는 단어에 가치를 깊게 두고 있지 않고 목표나 꿈이 불분명하거나 확신할 수 없는 사람도 11년째 어떤 공간을 일관성 있게 꾸려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EPILOGUE

인터뷰가 끝난 후 연락처를 주고받고 며칠 전 저희 동네에서 커피를 마시며 2시간 정도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활동 영역은 다르지만, 역시나 고민거리는 비슷하였습니다. 그런데,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고독한 단벌 신사에 출연하는 분들은 모두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누구나 매년, 매월, 매주, 매일 고민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고민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합니다. 다른 것은 고민의 주제가 달라지는 것 같고 같은 것은 그것이 느껴지는 무게감인 것 같습니다. 마치 질량은 달라도 무게는 같은 것이랄까요? 매번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힘내자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그럼 다음 화에서 또 다른 고독한 분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독한 단벌신사는 콘텐츠 촬영을 빌미로 음식 혹은 제품의 무료 제공을 원하거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느낀 점을 좀 더 자유롭게 쓰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저희는 홍보 파급력이 기대 이하이거나 없습니다. 귀찮게 찾아가서 요청하였으나 좋게 생각해주시고 승낙해주신 모든 업체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TOP : #SLOWSTEADYCLUB SLOW STEADY CLUB T-SHIRT (5)

PANTS : #NEITHERS KUROKI DENIM PANTS (4)

BAG : #BLANKOF BS 02-2B DAYPACK 26

OBJECT : #SLOWSTEADYCLUB T3 IPHONE CASE

GOODS : #ISAACREINA N686 CLASSIFY WALLET

GOODS : #HOTEL990 APPLE WATCH STRAP

SHOES : #ASICS HN1-S GEL-VENTURE 7 KIKO

 

(170cm/67kg)

 

고독한 단벌신사 제품 보러가기

 

 

 

 

DETAILED INFORMATION

 

연재물 : 고독한 단벌신사 (Lonely Gentleman in His Only Suit)

 

주제 : 유어마인드 (YOUR-MIND)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10-6, 2층

영업 : 오후 1시 - 저녁 8시, 매주 화요일 휴무

문의 : 070-8821-8990

 

출연 : 원덕현

촬영 : 채지환

작가 : 정혜원

 

슬로우스테디클럽 (SLOW STEADY CLUB)

 

삼청점 /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5길 17

서울숲점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길 44

영등포점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846, 롯데백화점 1F

 

운영시간 : 

삼청점 / 오후 1시 ~ 오후 8시

서울숲점 / 오후 1시 ~ 오후 8시

영등포점 / 오전 10시 30분 ~ 오후 8시 (월 - 목)

오전 10시 30분 ~ 오후 8시 30분 (금 - 일)

 

온라인스토어 : WWW.SLOWSTEADYCLUB.COM

인스타그램 : @SLOWSTEADY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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